글|이희아 피아니스트·지체장애

1월 25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도착했다. 영어를 잘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도착한 필리핀의 첫인상은 지금도 그 느낌이 생생하다. 필리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던 나에게 가장 큰 인상으로 남은 것은 필리핀 사람들의 진실한 미소와 밝은 웃음이었다. 내가 장애인인데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사를 하면 아주 밝은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갤럽 선생님과 이희아 양>
이 나라의 공식 종교는 가톨릭이다. 인구 전체의 95%가 가톨릭 신자들이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가톨릭 국가이며,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이기도 하다.
가톨릭 정신으로 살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사랑이 많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가톨릭 신자들이 필리핀 신자들을 많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낙태와 이혼은 절대 허용되지 않으며, 인권 존중을 소중히 여긴다. 물론 한국 사람들보다 약속 시간을 잘 안 지키는 결점도 있지만 이들의 순수함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순수한 사람들의 나라 필리핀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임페리얼 컬리지’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정식 대학교로 허가받은 정식 컬리지이고 영어 전문학교이다.
이 학교는 마닐라에서 1시간 반 떨어진 ‘리파 바탕가스’ 지역에 있는데 리파 지역은 다소 지대가 높아 우리나라의 늦봄 날씨와 비슷하다. 어머니께서는 천국에 사는 것 같다며 ‘희아 천사야, 마미를 위해서 평생 여기서 살자. 알았지?’라고 자꾸 말씀하셔서 난 그러자고 했다.
공부도 공부지만 몸이 약한 어머니는 추위를 이겨낼 체력이 모자라 한국에서 겨울만 되면 추위 알러지 때문에 늘 콧물이 줄줄 흐르곤 했다. 나 또한 여기에 있다 보니 성당에 자주 갈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좋다.
‘임페리얼 컬리지’의 김기덕 원장님은 필리핀 여성인 마일라 선생님과 결혼하셔서 ‘미래’라는 갓난 딸을 두고 계시다. 마일라 선생님은 내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영어를 가르쳐주신 분이다. 참고로 꽤나 미인이시다. 지금 나의 영어 담당 선생님은 마리밴 선생님이신데, 이 분도 마일라 선생님 못지않은 미인이시고 2살 된 딸이 있으시다.
지금 내가 배우는 영어는 유치원 수준이다. 이제껏 영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음악 외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 와선 열심히 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말씀은 한국에서보다 글 읽는 것도 조금씩 나아진다고 하셨다.
1:4, 1:8 그룹 수업이 있는데 1:1 수업과는 차원이 다른 대학생용 영어라서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듣지 못해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1:4 선생님 시간에는 그런 대로 잘 듣고 있다. 1:8 그룹 수업은 미국인인 갤럽 선생님이 가르치시는데 난 단어를 거의 모르지만 전자사전에 있는 한영사전으로 뜻을 주고받았다.
지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파티 때는 학생들 노래를 키보드로 반주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1:4 그룹수업을 이끄시는 로웰 선생님은 리허설 때 노래를 부르셨다. 아직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따갈로그어(필리핀은 영어도 공용어로 쓰지만 필리핀 언어인 따갈로그어가 따로 있다) 노래를 듣고는 완전히 반했다. 난 젠틀맨보단 노래 잘하는 남자가 좋기 때문이다.

<원장님과 학교 선생님들>
2부 순서에서는 원장님과 내가 듀엣으로 노래를 했는데 원장님도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원장님의 기막힌 제스처와 노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난 이날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위해서 녹색지대의 ‘사랑을 할거야’,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를 미국 선생님과 필리핀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유 캔 두 잇’으로 계속 불러 나갔다.
댄스파티 때는 원장님과 임페리얼 컬리지 한국 사무소 김태식 원장님과 이 학교의 매니저인 문도영 님을 비롯한 세 분의 기발한 춤을 볼 수 있었다. 나도 거기에 지지 않는다는 맘으로 춤을 췄는데 로웰 선생님은 나랑 같이 추셨지만 갤럽 선생님은 쑥스러워서 그랬는지 같이 안 춰서 내가 한 마디 했다.
‘갤럽, 유 노우 어메리칸~ OK!’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
갤럽 선생님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로꼬 로꼬’ 이 말은 따갈로그어로 ‘미쳤다, 돌았다’ 하는 말이다. 선생님은 ‘미쳤다’라는 한국말도 할 줄 안다.
아무튼 갤럽 선생님이 춤을 안 추시는 바람에 미국 남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로웰 선생님처럼 노래 잘하는 남자가 참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로웰 선생님처럼 다정다감하고 센스 있는 필리핀맨들이 최고인 것 같다. 그래서 미국 남자들이 아닌 필리핀 남자하고 결혼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독신생활에 관심이 많으니까 결혼은 언제적 일이 될지 알 수 없다.

<희아 엄마(오른쪽 두 번째)의 즐거운 영어 시간>
이 발렌타인데이 파티로 인해 난 로웰을 비롯한 학교 선생님들께 ‘굳 댄서’, ‘굳 싱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이희아! 넌 역시 대단해. 넌 짱이야!’ 혼자에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로.
끝으로 내가 선택한 유학길은 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필리핀으로 관광 오고 싶거나 영어 공부를 하고 싶거나 유학 어학연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임페리얼 컬리지(홈페이지 icollege. co.kr)’로 오시길 바란다. 나의 어머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점이라며 열심히 영어사전을 찾으시며 공부를 하고 계신다. 실은 어머님도 나와 함께 등교하는 학생 신분이시다.
“여러분, 제가 한국에 가면 여러분께 필리핀 사람들의 진실한 웃음과 순수함을 그대로 전달해 드릴게요.
독자 여러분 사랑해요!”
필리핀 필리핀은 3~5월 사이에 덥고 메마른 날씨가 계속되며 6월 중순과 10월 사이에는 비가 많이 온다. 그러나 11월~2월 사이는 선선한 날씨가 유지되어 여행하기에 좋다. 세부는 서쪽으로 네그로스섬과 동쪽으로 보홀 섬을 두고 있으며 필라핀에서도 가장 오래된 거리로 성벽이나 기념비 등 역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섬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여기저기 스페인 통치 시대 역사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보라카이는 세계 3대 해변 중 하나. 이곳에는 길이 7km에 달하는 길고 넓은 화이트 비치 및 야자수 숲이 어우러진 32개의 크고 작은 비치들이 있다. 보라카이에서는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을 짓기 위해 코코넛 나무 크기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하고 잇다.